수비드 조리법을 이용한 살치살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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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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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드'란 밀폐된 비닐봉지에 음식물을 넣고 저온에서 오랫동안 고르게 가열함으로써 가열하는 동안  음식물의 맛, 수분, 영양소 등이 빠져나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조리법을 말합니다. 이 방법은 각종 육류나 채소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듭니다.

수비드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아무리  축약을 하더라도 내용이 너무 방대하므로 여기서는 육류에 대해서만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을 할게요.



지방이 적은 담백한 고기의 경우, 대략 75%의 물, 20% 단백질, 3%의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 20% 단백질의 주된 조직은 긴 섬유 모양으로 이루어진 근세포 덩어리와  이것들을 연결해주는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긴 섬유 모양의 근세포 덩어리는 미오신이라는 굵은 형태의 섬유조직과 액틴이라는 가는 형태의 섬유조직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이것들을 연결해주는 결합조직의 주된 성분은 콜라겐입니다. 그런데 고기를 가열하게 되면  단백질이 온도에 의해 변성과 수축이 일어나서 근섬유 조직은 더 질겨지고 결합조직은 젤라틴화되면서 물렁물렁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기고 마른 고기보다 연하고 육즙이 많은 고기를 좋아하므로 가장 이상적인 조리방법은 수분유실과 섬유조직이 쪼그라드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결합조직인 콜라겐을 최대한 유동성 있는 젤라틴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지만 이 두 가지 목표는 서로 모순이 되므로  모든 고기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조리법이란 존재할 수가 없게 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기를 익혀 먹고 있으며 수비드 조리법은 그중에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한 마디로  고기 단백질이 열에 의해 변성이 시작되는 시점의 온도와 시간을 컨트롤하면서 조리하는 방법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미오신은 50도에서 변성과 응고가 시작이 되고 콜라겐은 55도에서 약화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변성과 응고가 시작되면 수축하고 질겨지게 되는  액틴은 66도에서 변성이 시작되므로 미오신과 콜라겐을 부드럽게 변성시키면서 액틴의 변성을 막기 위해서는  50~65도 사이가 가장 적당하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그러나 박테리아의 사멸을 위해서 적어도 55 도는 넘게 가열을 하는 것이 안전하므로 그 점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당한 온도 범위는 55도~65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고기를 조리하는데 적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기를  진공팩에 담아 원하는 온도의 물에 담그고 원하는 시간만큼 익히는 겁니다. 이 방법은 저온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익혀야 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만큼 대체로 수비드 기계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수비드 기계는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이용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비록 수비드 장비는 없어도 집에 있는 조리도구들을 적당히 활용하면 수비드의 기본 원리대로 만드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저의 못 말리는 실험정신이 발동했습니다.



슬로우쿠커의 가장 낮은 온도가 몇 도까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집에 있으면 한 번 시도해 볼 생각도 해봤겠지만,  멀쩡하게 집에 있던 슬로우쿠커를 오래전에 성당바자회에 내놓았던 걸 잠시 후회하며.. ㅠ... 저는 오븐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베란다에 가정용 진공포장기에 멀쩡하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꺼내기 귀찮아서 그냥 지퍼백을 사용했습니다.ㅋ



[레시피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순서에 맞춰 사진으로 설명을 드릴게요.]



저는 코스트코에서 덩어리로 판매하는 살치살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집에 가지고 오면 포장을 뜯고 키친타월로 피를 닦아낸 후,  고깃결 반대 방향으로 약 1인치 두께가 되도록 자르세요.

그리고 고기의 양면에 소금, 후추를 뿌리고 취향에 따라 원하는 시즈닝을 한 다음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이때 지퍼백에는 최대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고 진공포장기를 이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렇게 냉동해 놓은 고기는 필요할 때 원하는 개수만큼 꺼내서 조리하시면 됩니다.


스테이크를 만들려는 계획이 있으면 그  전날에  냉동고에 있는 고기를 냉장고로 옮겨서 하룻밤 동안 서서히 해동시켰다가 조리하기 한두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 고기를 실온과 비슷한 상태를 만드세요.

갑자기  당일 조리를 해야 할 경우엔 적어도 서너 시간 전에 냉동고에서 꺼내서 실온 상태로 자연해동을 시키세요. ( 자연해동된 상태의 고기가 스테이크로 완성되기까지는 추가로 약 3시간 정도가 더 소요되는 점도 고려하세요.)


오븐은 60도로 미리 예열해 놓으세요.

그리고 오븐용 냄비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60도 정도로 맞추고 위에 고기를 담그세요.

(고기가 실온의 상태라면 고기를 물에 담갔을 때 물의 온도가 약간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때 지퍼백을 물에 담그면 물에 잠긴 부분이 자연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므로 지퍼백을  다시 열고 타이트하게 만드세요.


냄비의 뚜껑을 덮고 오븐에 넣은 다음  오븐의 온도를  55도 정도로 내린 다음 온도계의 변화를 주시하세요. 

스테이크가 레어로 익혀지기를 원하면 온도계의 온도가 57~58도 정도 유지되도록 하고 미디엄을 원하면 60~62도 정도 유지되도록 하세요. 그리고  적어도 처음 30분 동안은  오븐 앞에서 지켜보면서 원하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수시로 확인하면서 오븐의 온도를 조절하세요

 
오븐에 넣은 지 2시간이 지나면 오븐에서 꺼내세요.

(이 설명은 고기의 두께가 1인치인 경우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므로 고기의 두께가 이보다 얇으면 조리시간을 줄여야합니다.)



진공팩에서 고기를 꺼내 키친타월로 표면의 수분을 닦아내세요.


테이블 준비가 다 되었으면 팬을 센 불에 달구고 버터를 녹인 다음 스테이크를 넣고 양면에 각각 1분 정도씩 노릇하게 구우세요.

이때 고기의 두께가 있으므로 고기를 세워서 고기의 옆면도 노릇하게 구워주세요.



저희 집 아이들은 레어를 좋아해서 온도를 좀 낮췄습니다.

이보다 좀 더 익은 웰던을 원하시면 조리시간을 30분~1시간정도 더 늘이든가  60~65도 사이에서 조리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고기 맛만 음미하기 위해 소스를 만들지 않았어요.

트러플 소금과 디종 머스터드를 곁들였습니다.


이렇게 만든 살치살 스테이크는 아주 부드럽다기보다 씹히는 맛이 있는 편입니다.

고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고 다이어트하는 저 역시 단백질 보충으로도 아주 좋은 식단이네요.



사실 이 방법이 익숙해지려면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스테이크를 좋아하시면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저도 여러 번 시도를 해 보면서 제가 사용하는 도구들과  오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저만의 프로토콜을 찾게 되었고 그 후로는 익숙해졌어요. 늘  원하는 상태의 스테이크를 익숙하게 조절하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오븐이 아니더라도 60도내외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한 번 활용해보세요.



그리고 수비드를 활용하는 고기는 비교적 등급이 낮은 고기의 활용을 추천합니다.

마블링 좋은 최상 등급의 고기는 되도록이면 1센티미터 두께 이하로 슬라이스해서 그냥  로스팅 해서 드시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일 듯하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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